이게 뭐야?   일반
작성자  권용탁  조회수  15421
‘이게 뭐야?’
토요일 아침 신문을 펼치다 아내에게 한 소리다.
모 일간지에 실린 스피드북 전면광고.

나는 의무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수험생도 아니요, 생계를 위하여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도아니다.
하지만 책은 무척이나 좋아해서 주말신문의 ‘Book’코너를 즐거이 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자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편이다.
또 지인의 집에 놀러가서도 무슨 책이 있나 하고 둘러 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빌려서 오기도 하고 가끔은 얻어 오기도 한다.

이런 나의 책에 대한 사랑으로 집에는 많은 종류의 책들이 모여있다.
참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이제껏 모아온 책을 100권이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책은
10권에 불과하고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책은 안타깝게도 1~2권에 불과하다.

아내는 결혼하기 전에 나를 ‘문학청년’으로 불렀다.
타고 다니는 차 뒷좌석 위에도 책꽂이를 달고 다닌 정도였으니...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책을 모으기만 모으고 끝까지 읽지 못하는 나를 보고는
‘서적댁’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고향이름을 빌어 ‘안양댁’, ‘충주댁’ 식으로 별명을 지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부엌떼기(데기)’ 식의 ‘서적떼기(데기)’였다. ㅠ.ㅠ

물론 나에게도 핑계거리는 있다.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기도 하고, 결혼을 하고 한 아이와 내년에 태어날 둘째의 아빠라
충분한 독서를 할만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그런 핑계를 대는 내심 찔리는 면이 없지 않다.

스피드북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것은 ‘서적떼기’라 불리우고 얼마지나지 않은 그날 토요일 아침이었다.
처음 보는 광고도 아니고 자주 접하였던지라 대충 넘어 가곤 했는데,
그날따라 평소 폰트보다 4~5배 커져서 눈에 아니, 가슴에 콱 박혔다.
서적떼기를 벗어나 보자...

월급쟁이 사정 뻔하다. 비단 월급 뿐인가. 월급은 내가 받는게 아니라 월급 통장이 받으며
그 월급통장에서 매달 용돈을 받는다.
그 용돈으로 스피드북을 하자니 보름 가량의 지인들과의 업무추진비가 아쉽고...
그렇게 고민하던 중 하늘이 도우셨는지 마침 회사에서 생일축하 Gift Card가 나왔다.
앞도 뒤도 보지 않고 가입했다.

가입 첫날.
그래도 명색이 책을 사랑하는 ‘문학청년’이었는데...
순수스피드 475가 나왔다.
정확도 40...

..................(할 말을 잊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내가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까지는
그리 많은 독서량 없이도 머리만 좋으면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도 지역에서 제일 알아주는 선발고사 1순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런데 나의 상종가는 ‘입학’까지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교시절 내 옆짝은 늘 책을 보던 아이였다.
그런데 머리는 그리 좋지 않은지 마침종만 울리면 축구공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는 나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다.

고등학교 올라가 못보던 두자리수 등수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선발고사 2위 고등학교 Top을 한다는... 결국 그 친구는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나는 변변찮은 지방대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내 나이 서른 다섯. 인생을 비교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 시절 나에게 책 읽는 능력이 있었다면
지금의 인생과는 조금 달라질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우리집 가훈이다. 5살 첫째 딸에게 지금껏 대략 500만원어치의 책을 대줬다.
그리고 회식이나 약속이 없는 날이면 아이의 방에서 책과 함께 한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요즘은 혼자서 책 볼 때가 좀 늘었다.
누가 보면 ‘교육과소비’가 아닌가 하고 끌끌...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에서 잠시 간과했던 점을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물려 주고싶지 않았다.

현대 사회의 평가, 즉 대학입시, 입사시험, 각종 고시, 공무원시험 등으로 망라되는 모든 평가는
인쇄물과 얼마나 친한가」로 이루어진다.
인쇄술이 보편화된 이후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지지 않는 ‘인쇄물과의 친구되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인생에서 내가 간과했던 점이다. (미국 명문가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고 한다)

그때 이 중요성을 알았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덧 스피드북을 시작한지 1개월이 되었다.
순수스피드 475, 정확도 40으로 시작한 초라한 성적표는
12월 26일 현재 순수스피드 1492, 정확도 70으로 향상되었다.

나는 스피드북의 스피드만을 칭찬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스피드북을 통해서 책을, 인쇄물을 사랑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서를 사랑하게 만들어 준 점에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

스피드북은 영상물(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 판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 인쇄물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가입했을때 보완학습이 되지 않아서 상담했을때
원격조종으로 성심성의껏 상담해준 친절한 직원에게도 감사드린다.

늦은 밤, 잠든 아이의 방에서 나와 스피드북을 하는 내 모습이 정겹다.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술도 덜마시게 되는 것같다.
지금껏 수집한 집안의 모든 책들이 이제 친구로 다가오고,
이제는 ‘서적떼기’에서 다시 ‘문학아저씨’로의 재도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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